그레고리오 성가와 오선보

[여지원 칼럼니스트]

 

악보에 대한 심리적 진입 장벽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음악기호의 두려움

악보에 있는 기하학적인 패턴 굉장히 복잡해 보이는 걸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점, 선, 콩나물 대가리 음표 때문에 지레 겁부터 먹고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비슷한 예로 수학에 대한 공포 호소하는 학생들이 수학이 어렵다기보다 거의 뱀을 보는 것과 같은 공포 수준으로 숫자부터 보면 질려버리는 것이다.

음악도 마찬가지로 기호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지레 겁을 먹는 증상을 사람들이 겪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근데 숫자는 값을 갖고 뭔가 복잡한 계산 과정을 거쳐야 되지만 음악은 단순한 점, 선, 면이다.

 거의 모스 부호 수준의 점과 선으로 환원 가능할 정도로 굉장히 단순한 구조다. 이 점을 명심하면 아무래도 심리적인 진입 장벽은 최소한으로 해소될 것이다. 

 악보 발생의 원인과 과정

그 다음 문제는 악보가 왜 생겼는지 생각을 해보라는 것이다.
오선지가 왜 등장했는가? 서구의 기독교 전통이 확실히 뿌리 내리고 교황의 권력이 세졌다. 교황은 자신의 권력을 더 확고히 만들고 싶어서 정치적, 종교적인 권력 뿐 아니라 문화적인 영향력도 확대하고 싶었다

구체적으로 동원한 것이 유럽 전 지역 예배 양식을 통일하는 것이다. 걸어가면 거의 몇 년 걸릴 정도로 넓은 서구 지역에서 동일한 형식으로 예배 진행하게해 소프트파워 확대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성가 역시 통일하고 싶어했다. 

당대는 음악이 전달되는 메커니즘이 귀에서 귀로, 입에서 입으로 전하는 구전 메커니즘이었다. 그 과정에서 아무래도 기억이 잘못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성가는 매우 다양해서 일일이 다 머리로 기억 하려면 몇 년이 걸릴 정도로 굉장히 많은 작업량이었다. 시간도 줄이고 동일한 예배 양식 -특히 성가가 동일한 것-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악보다. 

즉 여러분을 굉장히 머리 아프게 복잡하게 만들려고 한 것이 악보가 아니라 여러분께서 좋은 음악을 더 빠르게 재생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내 악보라고 생각하면 된다. 봉건 시대엔 재생 수단으로 축음기나 유튜브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악보와 연주의 싱크로율 

지금 같은 유튜브 시대는 차라리 악보가 없어도, 어떻게 귀로 귀로 들을 또 정확하게 재현이 가능하지만 당대에는 기억에만 의존을 하다 보니 재현이 정확하게 안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오류 가능성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만든 것이 악보라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악보에 적힌 대로만 하면 그 작곡가의 의도 혹은 원본의 것을 완전히 재생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당연히 부정적인 답안이 있다. 당연히 100% 재생은 불가능하다. 100% 재생을 한다 하더라도 그게 작곡가의 의도가 아닐 수도 있다. 작곡가는 약간의 오차 범위를 고려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꼭 악보 그대로 연주할 필요는 없고 약간의 오차 범위는 다 감안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심리적 진입장벽이 허물어질 것이다. 

특히 바로크 시대 작곡가는 오히려 창작자가 연주자가 자유롭게 즉석에서 즉흥연주 가능하도록 악보를 변형할 수 있도록 여지를 열어준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꾸밈음이다. 꾸밈음이 원래는 기호로 있었던 것이 아닌데 워낙 연주자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기교를 과시하기 위해서 붙였던 것이 사후적으로 관습화시켜서 악보에 등장한 것이다.

또 악보가 먼저 있고 그 다음 연주가 있는 경우는 사실 오래된 전통도 아니다. 연주가 먼저 있고 그다음에 악보가 있는 것이다. 즉 연주했던 것을 받아 적는 경우가 대다수다.

물론 작곡가 분들이 굉장히 절대 음감이 발달되고 자신의 마음 안에 있는 청각적 심상을 악보로 재현하는 능력이 뛰어난 애들은 굳이 악기의 매개 없이 악상 그대로 악보에 적지만

모차르트를 묘사한 아마데우스 영화에서 살리에리도 악기 앞에서 건반을 쳐가면서 악보를 적는다. 즉 연주가 먼저 있다고 생각하면 더 마음이 편해질 것이다. 

 결론

결론적으로 악보 그대로 치는 것이 꼭 좋은 음악이 아니다. 악보가 여러분을 괴롭히려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더 편하고 진입장벽을 무너뜨려 좋은 음악을 들려주려고 만들었다는 점을 명심해야한다. 그리고 악보는 그래봤자 콩나물 대가리고 점과 선으로 환원될 수 있는 단순한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악보에 대한 심리적 진입장벽은 많이 무너질 것이다. 좋은 음악 같이 향유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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